치매가 있으면 기억력만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의 위험도 읽는 방식도 달라진다. NIH News in Health가 2026년 4월 소개한 새 연구에서는 65세 이상 약 4,800명의 기록을 살펴봤고, 치매가 있는 사람의 25%가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을 28일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치매가 없는 사람에서는 같은 비율이 17%였다.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치매 환자는 약을 쓰면 안 된다”가 아니라, 같은 약이라도 혼동·낙상·입원 위험을 더 크게 부를 수 있으니 가족이 약봉투를 보는 순서부터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NIA(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일부 약이나 약 조합이 혼란, 기억 저하, 환각, 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정리한다. 예로 항히스타민제, 수면제, 항정신병약, 근이완제, 절박뇨 관련 약, 경련 완화용 약이 들어간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의 `노인 약물복용` 자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노인은 여러 약을 함께 먹을수록 상호작용 위험이 커지고,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처럼 처방전 없이 사는 약도 갑작스러운 정신 혼탁, 배뇨장애, 변비, 시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치매가 있거나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처방약만 챙긴다”로 부족하고, 수면제·감기약·건강기능식품까지 전부 한 묶음으로 봐야 한다.
💊 약봉투에서 첫 번째로 확인할 것은 성분보다 개수다
가족이 자주 놓치는 부분은 약 이름을 외우려다가 전체 그림을 놓치는 것이다. 한국 공공자료는 5개 이상 약을 함께 먹는 상황 자체를 부작용 위험 신호로 본다. 치매 환자라면 특히 더 그렇다. 약이 많아질수록 약효가 겹치고, 졸림이 더해지고, 낮에 멍해지며, 밤에는 더 뒤섞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첫 단계는 “이 약이 무슨 약인가”보다 “지금 먹는 것이 총 몇 종류인가, 처방전 없이 추가한 것이 있는가”를 세는 일이다.
가족이 해야 할 체크는 의외로 단순하다. 병원별 처방전, 약국 봉투, 영양제 통, 수면보조제, 멀미약, 알레르기약까지 한 자리에 모은다. 그리고 낮 졸림, 휘청거림, 화장실 실수, 갑작스러운 멍함, 밤낮 뒤바뀜이 언제부터 심해졌는지 적는다. 이런 정보가 있어야 의사가 “치매가 진행된 것인지, 약 영향인지”를 구분하기 쉬워진다.
🧠 치매 진행과 약 부작용은 겉으로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실제 돌봄 현장에서는 약 부작용과 치매 악화를 헷갈리기 쉽다. 며칠 전부터 더 멍해졌다면 가족은 흔히 “이제 병이 확 나빠졌나 보다”라고 받아들이지만, NIA와 NIH News in Health 자료를 함께 보면 다른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새로 시작한 수면제, 용량이 늘어난 항불안제, 감기 때문에 며칠 먹은 항히스타민제, 통증 때문에 추가한 진정성 약물이 모두 후보가 될 수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치료가 근본 원인 해결보다 증상 악화를 늦추고 기능을 유지하는 통합적 접근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이 말은 곧, 약 하나를 더하는 결정도 치매 환자에서는 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억력 저하 자체만 보지 말고 보행, 식사, 화장실, 수면, 낮 활동량, 넘어질 뻔한 장면을 함께 봐야 한다. 치매 환자에게 위험한 약은 반드시 “금지약”이라서가 아니라, 기존 취약성을 건드려 작은 부작용도 큰 기능 저하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위험하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서 먼저 볼 항목
가족이 실제로 적어야 하는 것은 약 이름을 다 외우는 일보다, 멍함·휘청거림·낮 졸림·밤낮 뒤바뀜이 언제부터 심해졌는지입니다. 이런 패턴이 약 영향과 치매 진행을 구분하는 단서가 됩니다.
🚨 이런 변화가 보이면 진료실에서 바로 꺼내야 한다
약 조정 상담이 특히 시급한 장면은 분명하다. 며칠 새 낮잠이 갑자기 늘었다면 수면·진정 관련 약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밤에 화장실 가다 휘청이거나 한 번이라도 넘어진 적이 있으면 어지럼, 혈압 저하, 진정, 항콜린성 부작용 가능성을 같이 봐야 한다. 이전보다 말수가 줄고 반응이 느려졌다면 “치매라서 그렇다”로 넘기지 말고 최근 추가된 약을 점검해야 한다.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변비가 심해졌다면 약 영향이 섞였을 수 있다. 건망증보다 갑작스러운 섬망이나 혼동이 두드러진다면 응급 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가족이 임의로 약을 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NIH 기사에서도 연구진은 이런 약이 어떤 경우에는 필요할 수 있다고 선을 긋는다. 문제는 복용 사실을 모른 채 진행 악화로만 해석하는 데 있다. 약 부작용은 중단·감량·대체 전략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그 출발점은 정확한 목록 정리다.
👥 이런 가족이라면 질문 순서를 이렇게 바꾸는 편이 낫다
혼자 병원에 다니는 부모를 둔 자녀라면 “약을 잘 드셨냐”보다 “새 약이 생겼냐, 약국에서 산 감기약이 있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 야간 배회가 갑자기 늘어난 가족은 치매 행동증상으로만 보지 말고 최근 수면제나 불안 관련 약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쪽이 맞다. 넘어짐이 잦아진 환자 가족은 재활 문제뿐 아니라 졸림·어지럼을 만드는 약이 겹치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요실금 때문에 약이 추가된 경우라면 인지기능과 균형감각이 더 나빠지지 않았는지 체크가 필요하다. 여러 병원을 다니는 만성질환 환자는 약이 중복되기 쉬워 한 병원에 전체 목록을 보여주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치매 초기 의심 단계라면, 진단 자체만 서두르기보다 기존 복용약이 기억력과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물어보는 것이 좋다.
📌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정리
약 이름을 완벽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 대신 약을 모두 모아서 사진을 찍고, 복용 시간표를 적고, 최근 한 달 사이 바뀐 항목에 표시를 남기면 된다. 질병관리청 자료처럼 처방약 외의 비타민, 식물추출물, 보약, 커피·술 습관도 적는 편이 낫다. 그 기록이 있어야 진료실에서 “이 변화가 치매 진행인지, 약 때문인지, 둘 다인지”를 가를 수 있다.
치매 환자에게 위험한 약을 피하는 핵심은 특별한 암기법이 아니다. 최근 추가된 약, 복용 개수, 졸림과 낙상, 처방전 없이 산 약, 건강기능식품 동시복용을 한 장에 모으는 일이다. 뇌건강 문제는 기억력 검사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약봉투를 보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돌봄이 조금 덜 늦어진다.
🔗 같이 읽으면 좋은 글
- 기억력이 떨어질 때 치매부터 의심해야 할까: https://harugeongang.blog/brain-health/memory-loss-dementia-first-or-not/
- 가족이 치매를 의심할 때 먼저 기록할 것: https://harugeongang.blog/brain-health/what-to-record-when-family-suspects-demen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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